50대 중년 아빠인 필자는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고향은 인천이다.
부모님의 고향도 인천이다.
필자는 태어나기는 수원에서 태어났지만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니다) 2학년에
동인천으로 이사해서 필자가 취직을 해서
독립할때까지 살았으니18년을 살았고
지방에서 서울로 발령 후 (결혼하고 첫째 낳자마자)
다시 본가에 들어가서 2000년부터 2002년초까지
더 살았으니, 동인천에서 20년을 채워서 살았다.
학창시절을 모두 보낸 곳이다보니
추억이 없을수 없다.
얼마전 33년 전에 친구가 선물해줬던 책을 책장에서
발견했는데, 그 책 포장지가 대한서림인 것을 보고
그 시절 생각이 나서 글을 적어본다.
그 때는 책을 사면 서점에서 저렇게 포장을 해줬다.
필자의 청춘 시절이던 80년대 후반 ~ 90년대에
대한서림은 인천에서는 만남의 장소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반쥴이 서울에서
유명한 만남의 장소였듯이 대한서림 1층
안팎에는 친구를 혹은 연인을 만나려는 젊은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당연히 핸드폰도 삐삐도 없었던 필자도 친구들을 만날때면
대한서림 바로 앞에 서있다가 너무 오래걸릴것같으면
안으로 들어가 책을 읽는 척 하곤 했다.
오락실을 좋아했던 필자는 주머니에 동전이 있을때면
맞은편에 있던 작은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면서 기다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대한서림 앞에 빼곡히 서있던 사람들 사이에
한자리 차지하고 서있다가 멀리서 친구가 걸어오면
반갑게 맞이했었다.
지금 대한서림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요즘 가보지는 못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네이버 스트리트뷰로 살펴보니 1층에는 통신사가 자리잡고 있고
2,3층은 대한서림, 그 위는 치과가 있다.
맞은편의 오락실이 있던 자리는 커피숍이 있었다.
거리뷰를 보니 요즘은 대한서림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지는 않는것같다.
하긴 핸드폰을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누가 힘들게 밖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겠냐만.
대한서림 앞에서 머리 걸어오는 친구를 반갑게 맞아
사진에 보이는 골목 위로 올라가면서
"오늘은 뭐 먹을까?" 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난다.
8090 인천 사람들 누구나 기억할 또 하나의 서점은
바로 아벨서점이다.
동인천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배다리에는 헌책방 골목이 있었다.
지금도 그 거리는 남아있는것같지만 얼마나 성업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기초만 되면 성문 종합영어, 정석 수학을 사려는
고등학생들로 거리가 가득했다.
필자와 같이 집에 돈이 정말 없어서 새책을 살 돈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대개는(필자도 가끔은 그랬지만) 집에서는 새책을 살거라고
돈을 받아서 훨씬 저렴하게 헌책을 사고 남은 돈은 삥땅하는
목적으로도 많이 쓰였다.
의도가 약간은 불순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는
남아있었으니 그리 비난할 일만도 아닌듯 싶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 썼던 성문종합영어, 정석수학(수학의 정석) 등 거의 모든
참고서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샀었던 걸로 기억하니
지금의 필자를 만들어준 곳 중에 하나임이 틀림없다.
아벨서점은 입구부터 책이 가득하다.
하지만 겉에 있는 책들은 벽을 대신할뿐, 여길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으로 들어서면 골목골목으로 책장에 책이 가득히 쌓여있고
바닥에도 무질서한 듯이 책들이 빌딩을 이루고 있다.
질서가 없는듯 보이지만 골목별로 장르가 구분되어있고
몇번 가본 경험으로 대개는 책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도 못찾으면 아벨서점을 지키고 있는 사장님에게
여쭤보면 그 많은 책속에서도 귀신같이 내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신다.
기사를 찾아보니 그 당시 사장님이었던 곽현숙 대표님이
지금도 아벨서점을 잘 지켜주고 계신다고 한다.
요즘은 주말에 시 낭송회도 개최하신다고 하는데
70대 중반에도 지역 문화 지킴이로 큰 역할을 하고 계신것같다.
아벨서점은 1973년 시작해서 올해로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곽현숙 대표님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해오신거다.
필자의 기억속에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는
지금은 쇠락한 동인천 한쪽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대한서림과 아벨서점.
필자에게는 과거형이지만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인천의 역사가 된 그들은 필자에겐 추억일 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개의 기둥중 하나였던것같다.
언젠가 한번쯤 추억여행으로 돌아볼 시간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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