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부근에 갈 일이 많은 50대 중년의 필자.
오늘 점심에는 충무로에서 멀지 않은 필동에 있는 식당에서
일행과 점심을 함께 했다.
필동은 필자에게는 익숙치 않은 동네인데,
지인에게 들으니 인쇄소와 종이 공장들이 많다고 한다.
남산 한옥마을 인근의 필동에 인쇄소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2008년 무렵으로 을지로 일대의 인쇄업소들이
땅값과 임대료가 싼 필동으로 대거 이주하면서였다고 한다.
많아진 인쇄소의 소음, 공해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도 많아졌다고 하는데, 길거리에서도 종이와 책자를
실어나르는 광경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필동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부사무소(部事務所)가 있어
부동(部洞)으로 불리던 것이 와전되어 '붓골'로 바뀌었고
이를 한자로 표기해 필동(筆洞)이 된 것이다.
필동 부근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영화인의 거리'이다.
과거 영화 하면 충무로가 떠오르던 시절에 대원빌딩 앞에서
충무로3가 극동빌딩 앞 도로 부근의 도로를 '영화인의 거리'로
불렀는데, 충무로 부근의 건물에 영화와 관련된 작가, 감독,
배우, 촬영 등이 집중되어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간 식당은 한남 북엇국 필동점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체인점인데, 충무로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2차선 도로 한쪽에 있는데, 약간 내려간 인도 옆에 있어서
잘 안보일 수도 있지만, 운치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필자 일행은 차를 가지고 가서 인근의 필동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려 했으나, 만차라서 차도 옆의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에 주차했다. 거주자우선 주차구역을 낮 시간에는
개방해서 유료주차장으로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필동IoT 공유주차장이라는 이름으로 운영중인데,
앱이나 전화로 빈 자리를 먼저 예약, 결제하고 주차하면
되는 시스템이었고 차 아래에 센서가 달려있어서 주차
가능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었다.
외부에서 본 식당은 좀 허름해보이기도 하고 느낌이 있어
보이기도 했는데, 간판의 필체가 멋스러웠다.
내부는 넓지는 않지만 깨끗하게 개조되어 있었고
조금 붙어있기는 하지만 깔끔한 분위기였다.
필자 일행은 5명이어서 각자의 식사와 수육한상(35,000원)을
주문했고 간단한 반주로 호랑이 막걸리(12,000원)를 시켰다.
필자는 호랑이 막걸리는 처음 맛보았는데, 동행한 지인이
전에 맛있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정말로 살짝 눅진하면서
유산균 맛이 나는 것이 입에 달라붙었다.
수육은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비계부분이 많았음에도
느끼하지 않고 고소했다.
이어서 일행이 주문한 굴북엇국이 나왔다.
맛보라고 한숟갈 떠주어서 먹어봤는데, 국물도 진국이지만
북어살이 아주 부드럽고 깔깔한 느낌이 없었다.
필자는 북어국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북어살이 거칠거나 푸석푸석한 경우가 많아서인데,
한남북엇국은 전혀 그렇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굴북엇국에 들어간 굴도 큼직하고 싱싱한 느낌이었는데
수육에 같이 나온 굴이 싱싱하고 커다란 걸 보면
사용하는 굴이 전반적으로 싱싱하고 질이 괜찮은 것 같았다.
다음으로 필자가 주문한 메생이국이 나왔다.
필자는 메생이국을 좋아하는 편인데, 추운 겨울이 제철인
메생이국은 뭔가 건강하고 깨끗한 느낌이 든다.
미끈하고 독특한 식감때문에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오히려 필자는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메생이국을 먹을때 주의해야 할 것이 겉으로는 알 수 없게
무지 뜨겁다는 것인데, 나오자마자 한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가는 입천장이나 혓바닥이 다 데이기 일쑤다.
주의사항을 잘 아는 필자는 조심스레 메생이국을
한숟가락 떠서 잘 식혀서 먹어봤는데, 올해 겨울들어
처음 먹는 메생이국이 나름 괜찮다.
국물은 북어국과 비슷한데, 메생이가 싱싱한 느낌이다.
이번에도 이 집은 좋은 재료를 쓰는게 증명된 것같다.
음식에서 손맛도 중요하고 조리법도 중요하지만
누가 뭐래도 음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좋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북엇국도 메생이국도 전날 술 한잔 했을때 충무로 인근에
있다면 한남북엇국 필동점 추천할 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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