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 아빠인 필자가 어렸을때, 중고등학생 시절의 당구장은
자욱한 담배연기로 상징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당시에는 미성년자는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었고 좀 논다는 친구들 따라 한두번 갔던 당구장은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어른들이나 살짝 불량해보이는
고딩들이 당구를 치는 모습으로 기억되어있다.
90년대 들어서 대학에 다니면서 필자에게 당구장은
재미있는 오락의 공간이었다.
제대로 처음 치기 시작한 당구는 참 재미있었다.
50, 80 다마를 치던 시절에는 밥상 앞에 앉아있으며
간장종지 오른쪽을 쳐서 김치그릇 왼쪽을 얇게 맞히면
국그릇쪽으로 돌릴 수 있겠다는 환영이 보이는 정도였다.
당구를 잘 치고 싶어서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80이던 다마는 한두달 새에 150까지 단숨에
일취월장하기도 했다.
직장에서도 간간히 당구를 치기는 했지만, PC게임에
노래방에 다니기 바빠서 당구장은 학교때 친구들과
가끔 한번씩 가는 곳 정도로 살짝 멀어져있었다.
필자와 비슷한 세대의 남자들은 비슷한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당구장이 최근 은퇴한 남자들의 문화적 놀이터로
각광받고 있다.
은퇴한 남자들에게 당구장은 그들만의 특색있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시간이
많아지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채우고
사회적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당구장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당구장이 은퇴한 남자들에게 주는 의미
ㅇ 휴식과 여유
은퇴 후 대부분의 남자들은 길었던 직장생활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오랫동안 일에만
몰두하느라 자신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당구장은 그런 남자들에게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당구는 단순히 공을 치는 스포츠만 되는 것이 아니고
긴장과 이완, 전략적 사고가 결합되어 즐기는 동안은
집중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ㅇ 사회적 연결망 유지
주된 직장에서 은퇴 후 직장에서의 동료들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구장은 그런 남자들에게 여전히 사회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장소로 작용한다. 당구를 치는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덜 수 있고 서로에게 지지와 위안을
주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ㅇ 과거의 향수를 자극
당구장은 많은 남자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당구를 치며
보냈던 시간들을 되새기며 당구를 다시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당시의 느낌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당구장의 사회적 역할 변화
ㅇ 지역 사회의 중심
당구장은 단순한 오락의 장소를 넘어서 지역사회의
중심적인 공간으로 변모해간다. 은퇴한 남자들이 모여
사회적 활동을 하는 중심지가 되며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삶의 지혜를 나눈다. 당구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의 건강에 관한 정보나 자녀 교육, 지역 행사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ㅇ 변화하는 당구장의 모습
최근 당구장도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 전통적인 당구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테마가 결합된 테마형 당구장이 등장하고
예술적 요소나 음악을 접목시킨 공간도 많아졌다.
일부 당구장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나 다채로운 메뉴를
제공하여 젊은 세대까지 끌어들여 활기를 띄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은퇴한 남자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전국 당구장은 약 2만 5천여개로 집계되고 있다.
1970~1980년대에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당구장은 90년대
온라인 게임을 위한 PC방의 등장과 함께 점차 감소하였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실내 취미활동이 인기를 얻으며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부 당구장에서는 국제식 대대를 갖춘
당구장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당구 전문채널 TV가 개국하고 프로 당구대회도
활성화되면서 당구 선수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아직 은퇴 전이라 당구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않지만, 은퇴한 선배들 중에 일부는 당구장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옛 추억을 느끼면서 비슷한 연배들의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는 당구장.
소소하지만 운동도 되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은퇴한 남자들에게 좋은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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