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9호선 임산부 배려석 - 일타쌍피

반응형

50대 중년 아빠인 필자의 주 출근 노선은
9호선 가양역 - 노량진역에서 1호선 환승 - 서울역 하차이다.

보통은 가양역에서 9호선 급행을 타고 출근하지만
가끔 몸이 귀찮거나 시간이 많을때는 일반열차를 타고
조금은 여유롭게 가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가양역에서 일반열차가 기다리고 있길래
냉큼 집어타고 가던 중
바로 다음역인 증미역에서 앞에 앉아있던 분이 내려서
임산부 배려석 바로 옆자리에 앉아가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앉았던 자리 임산부 배려석 바로 옆자리.

출근시간에 편하게 가게 되어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면서
기분좋게 두어정거장 가고 있는데,
바로 앞의 오른쪽에 서있는 젊은 여자분의 배가 눈에 띄었다.

 


아이를 둘이나 나은(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아빠로서
못알아볼 수 없을 만큼 6~7개월 정도는 된 임산부의 배였다.
메고 있는 가방에 임산부를 표시하는 마크도 달고 있으니 확실했다.

임산부를 위한 "임산부 먼저" 표지

옆의 임산부 배려석에는 젊은 여자분이 앉아있었다.
그 분은 임산부 표지를 달고 있거나 배나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하철에서 흔히 방송하는 외관상으로 알아볼 수 없는 
초기 임산부일수도 있으니..

 


여튼 서있는 임산부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일어서면서 자리에 앉으시라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배 바로 앞에 서있던 젊은 남자분이
내가 일어난 자리에 앉음과 거의 동시에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였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상황은 임산부 배려석은 비어있고
임산부는 어쩔줄 몰라하고
그분께 자리를 양보했던 나는 뻘쭘해지고.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젊은 남자분에게
"임산부가 계셔서 자리를 양보한 겁니다."라고 하니
이어폰을 끼고 있던 그 분은 이어폰을 빼면서 "네?"
하는 거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내가 양보하는 말을 못들었고
아직 젊은 분이라 옆에 계신 분이 임산부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리라.

 


다행히도 젊은 남자분이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일어섰고 임산부석에는 표지를 달고 있는
임산부가 앉고 나는 내 자리에 다시 앉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어찌 보면 임산부 배려석에 이미 앉아있던 젊은 여자분이
임산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내 양보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던 비임산부, 옆의 임산부를 알아보지 못하고
냉큼 앉아버린 젊은 남자분 두분을 모두 뻘쭘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글 제목이 "일타이피"지만
두분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자리가 비어있고 너무 힘들면 잠깐 앉을수도 있고
아직 임신에 대한 경험이 없어 못알아볼 수도 있으니..

 


여튼 옆에서 임산부를 20개월동안 본 내 경험으로는
임산부는 참 힘들다.
특히 오랫동안 서있는 건 더 힘들고
더군다나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배 나온 임산부가
오래 서있는 건 정말 참기 어려울 것이다.

 


굳이 임산부 배려석이 아니라도
앉아있을때 한번쯤 돌아보고
주위에 임산부가 있다면,
혹은 힘들어보이는 어르신이나
나이가 많지 않더라도 불편해보이는 분이 있다면
자리를 양보해주는 배려도 나쁘지 않은 오지랖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