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 아빠인 필자가 주말 한가한 시간에
거실에 웬 빨간 책이 있길래 집어들었다.
책 제목을 보니 박노해 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시인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아직 그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이 책이 왜 우리집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딸내미가 갖다놓은것같다.
박노해 시인은 1957년 전라남도에서 태어나 선린상고를 졸업하고
27살에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나 이로 인해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면서 1989년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결성한 죄로 체포되어 고문후에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1998년 7년 6개월의 수감끝에 석방되었고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국가 보상금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 포스팅을 쓰게 된 계기는
이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시 구절이 있어서이다.
작가가 썼던 시대의 감정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사뭇 다를 것이라 생각되어 더 이상의 첨언은 하지 않고
시를 그대로 적는 걸로 글을 마무리 하겠다.
시대 고독 - 박노해
한 시대의 악이
한 인물에 집중되어 있던 시절의 저항은
얼마나 괴롭고 행복한 시대였던가
한 시대의 악이
한 계급에 집약되어 있던 시절의 투쟁은
얼마나 힘겹고다행인시대였던가
고통의 뿌리가 환히 보여
선과 악이 자명하던 시절의 자기결단은
얼마나 슬프고 충만한 시대였던가
세계의 악이 공기처럼 떠다니는 시대
선악의 경계가 증발되어버린 시대
더 나쁜 악과 덜 나쁜 악이 경쟁하는 시대
합법화된 민주화 시대의 저항은 얼마나 무기력한가
구조화된 삶의 고통이 전 지구에 걸쳐
정교한 시스템으로 일상에 연결되어 작동되는
이 '풍요로운 가난'의 시대에는
나 하나 지키는 것조차 얼마나 지난한 싸움인가
옮음도 거짓도 다수결로 작동되는 시대
진리는 누구의 말에서나 반짝이지만
그것을 살고 실천할 주체가 증발되어버린 시대
혁명의 전위마저 씨가 말라가는
이 고독한 저항의 시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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