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 아빠인 필자는 지난 주말(2024.02.23~25) 경상북도 청송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가족이 자주 이용하는 초록여행으로 다녀왔는데, 대전까지는 KTX로 타고 가서 대전에서 초록여행의 카니발로 청송으로 이동했고 올때는 반대 방법으로 왔다.
이번 여행은 특이하게도 여행의 첫끼인 첫날 점심과 마지막 끼였던 셋째날 점심을 같은 곳에서 먹었는데, 여간해서는 여행기간동안에 같은 식당에 가지 않는 우리 가족의 특성상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맛있었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도대체 어떤 식당이고 얼마나 맛있었길래 두번이나 갔을까?
그 식당은 바로 소노벨 청송 입구 부근에 있던 '청하누' 식당이었다.
청하누는 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면 소노벨 청송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에 위치하고 있는 한우 전문점으로 청송영양축산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다. 청송영양한우는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한우라서 품질이 좋은 것 같다.
필자가 처음 도착한 시간은 1시가 조금 못된 시간이었는데, 넓은 주차장에 차가 몇대 있었고 한쪽에 설치되어있는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고 바로 옆의 경사로로 들어갔다.
들어가면 왼쪽으로 홀이 있고 오른쪽으로 룸이 있는데, 첫날은 홀을 발견하지 못하고 룸에서 식사를 했는데, 직원이 별다른 안내나 불평은 없었다.
룸은 6인 테이블이 있는 방이 4~5개 정도 있었는데, 아늑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거나 한우를 구워먹기 좋게 시설되어 있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서 조금은 불친절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직원분은 아주 친절하고 능숙하게 서빙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청하누의 주요 점심(식사) 메뉴는 불고기(12,000원, 200g), 육회비빔밥(12,000원, 80g), 청하누탕(12,000원, 점심특선), 국밥(9,000원), 차돌박이 된장찌개(9,000원), 물냉면, 비빔냉명(8,000원)이다.
필자의 가족들은 육회비빔밥 1개, 청하누탕 2개, 국밥 1개를 주문했다.
반찬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김치와 깍두기, 도라지 무침 정도가 있었는데 깍두기가 맛있어서 필자는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나온 식사들.
우선 집사람과 장모님이 주문한 청하누탕.
점심특선으로만 판매하는 메뉴인데 고기가 얼마나 들었는지 표기되어있지는 않았는데, 이게 정말 대박이다.
한우가 들어있는데, 손바닥 반만한 한우 고기덩어리가 3~4개 들어있는데 보통 갈비탕이나 곰탕에 들어있는 얇은 고기가 아니라 손가락보다 더 두꺼운 말 그대로 고기덩어리다.
여자분들(집사람이나 장모님)이 다 먹기 너무 많아서 덜어서 필자에게 주고도 배불리 먹을만한 충분한 양이다.
양만 많은게 아니라 질도 좋아서 정말 질기지도 않고 부드러워서 노인도 잘 먹을수 있는 품질이었다.
두번째 메뉴는 딸내미가 주문한 육회비빔밥.
한우가 80g 들어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너무 많이 넣어주지 않았나 할 정도로 고기가 많고 질이 좋았다.
필자는 육회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한입 먹어보니 부드럽게 육질이 좋은게 느껴졌다.
마지막 메뉴는 필자가 주문한 국밥.
당연히 한우국밥인데, 여기에도 한우 덩어리가 많이 들어있다.
깍두기 두개 정도 크기의 고기덩어리가 7~8개도 넘게 들어있어서 국밥만 먹어도 양이 많은 필자에게도 충분히 배부른 양이었고 국물도 살짝 얼큰한게 아주 맘에 들었다.
오죽 맛있고 만족스러웠으면 첫날에 이어서 마지막날 점심에 또 다시 가서 먹었을까.
위에 적은대로 가격도 아주 저렴했다. 청송의 물가가 비싸지 않은 면도 있지만, 이런 품질의 식사가 서울 인근에서 판매되고 있다면 15,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해도 항상 줄이 길게 서있을 것 같다.
사실 청하누의 메인은 한우구이 식육식당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농협 매장에서 한우를 사와서 구워먹으면 되는데, 한우의 품질이 아주 좋아보였고 가격도 다른 지역의 한우보다 특별히 비싸지도 않았다. 청하누에서 구워먹을때 상차림은 1인당 5천원이었다.
청송에서의 첫 식사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경상도 음식에 대해서 기대가 전혀 없었던 필자의 가족들은 신선하고 기분좋은 충격을 받고 여행을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날도 청하누에서 기분좋게 청송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방문한 곳은 송소고택이었다.
송소고택(松韶古宅)은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가옥으로 2007년 국가민속문화재 제 250호로 지정되었다. 조선 영조때 만석지기 부자였던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1880년 파천면 지경리에서 지금의 자리로 이주하면서 건축한 가옥으로 99칸의 대규모 저택이다.
(99칸을 셀때 기준인 1칸은 방 1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1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나타내는데, 일반적으로 한옥의 1칸 길이는 2~3m, 대형 건물에서는 5m 정도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가옥의 1칸 길이가 2m 라면 6m*8m 크기의 방은 3칸*4칸 = 12칸 짜리가 되는 것이다. 99칸 가옥이 상징적인 이유는 조선시대 최상류층이 지을수 있는 최대 크기가 99칸이었기 때문이다. 민간 가옥에서 허용되는 최대 크기가 99칸이었기 때문이다.)
경북 북부의 민가 양식으로 건물에 독립된 마당이 있으며 사랑 공간, 생활 공간, 작업 공간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또한 4대 이상의 제사를 모실 수 있는 별묘 등 민속학적 가치도 매우 높다.
청송 심부자는 조선시대 12대 만석꾼인 경주 최부자와 함께 9대 250여년에 걸쳐 만석꾼의 부를 누렸던 영남의 대부호로 한때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던 대표적인 집안이다.
겨울에 방문한 송소고택은 겨울 풍경답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편안함을 주면서도 약간의 위압감도 느껴지는 숨겨진 내공이 있는 듯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서있는 소나무도 키가 크지 않으면서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었고 마당 왼쪽에 있던 우물이나 안마당에 있는 우물에는 지금도 물이 고여있어서 언제든 두레박으로 물을 떠올릴 수 있을것만 같았다.
본채 뒤로 들어서서 마루를 통해 보여지는 풍경은 송소고택의 백미였다. 너무 멋있어서 마루에 올라앉아 차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마루에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판때문에 꾹 참을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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