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2024년 2월 1일) 출근중에 노량진역에서 핸드폰을 스크린도어 사이로 떨어트리는 바람에 24시간 동안의 비자발적 디톡스가 시작되었다.
지하철 플랫폼과 스크린도어 사이로 핸드폰이 떨어지는 짧은 순간에 황당하면서 '망했다 ~~'는 탄식이 속으로 나왔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역무실에 가서 폰 잃어버린걸 신고하는 바람에 출근도 별 문제없이 했고 24시간 후에 핸드폰도 무사히 찾게 되었다.
이제 핸드폰이 없이 지낸 24시간동안 느낀 점들을 써보려 한다.
맨 처음 느낀 것은 '아주 심심하다'였다.
출장을 가려고 차에 탔는데, 볼게 아무것도 없고 생각나는걸 기록하고 싶은데, 종이가 없어서 전날 식당에서 받은 영수증에 느낌을 기록했다.
머리는 심심했지만, 눈은 아주 편안해졌다.
길지 않은 시간 폰을 들여다보는걸 멈췄는데도 눈이 편안해지는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차에서 아무것도 할게 없어고 마치 무슨 일이 있는데 모르고 있을 것같아서 약간의 불안증상이 생기기도 했는데, 이내 안정이 되었지만 심심한건 어쩔수 없었다.
또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이동중에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이때 궁금했던건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찾아볼 방법이 없어서 답답했다. 종이에 적어놓았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 PC로 찾아보기는 했는데, 메모할 종이가 없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주변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온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주변 풍경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풍경 한번 보고 폰 한번 보고하는 나쁜 습관때문에 풍경을 보았지만 온전히 느끼지 못했는데 핸드폰이 없으니 풍경 하나하나가 잘 보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간판 등도 많이 보게 되었다.
차량에서의 다른 점 또 하나는 라디오 소리가 잘 들린다는 것이다.
평상시 차량으로 이동할때는 관심있는 유투브 채널을 들으면서 이동하곤 해서 라디오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들을게 라디오밖에 없으니 라디오 내용이 모두 잘 들리고 이내 즐기게 되었다.
출장지에서 다르게 느껴진 점은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것이다.
보통은 일하면서도 카톡이나 연락이 오면 거기에 반응하는 일이 잦은데, 연락올 방법이 없으니 오롯이 현장에서의 업무만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출장을 끝내고 시내로 돌아와서 집으로 가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따릉이를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릉이 앱을 이용해서 타야 하는데, 핸드폰이 없으니 당연히 따릉이를 탈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캐시워크나 토스, 손목닥터9988 등 걸어서 포인트를 받는 앱테크도 할 수 없다.
종합하면 강제적 디지털 디톡스의 장단점은
장점
ㅇ 심심하다.
ㅇ 눈이 편안하다
ㅇ (이동중) 주변 풍경이 잘 보인다.
ㅇ (차량 이동중) 라디오 소리가 잘 들린다.
ㅇ 업무집중도가 높아진다.
단점
ㅇ 아주 심심하다
ㅇ (무슨 일이 있을것같아) 불안증이 생긴다.
ㅇ 궁금한게 생겼을때 찾아볼 수가 없다.
ㅇ 따릉이를 탈 수 없다.
ㅇ 앱테크를 할 수 없다.
위에 쓴 이런저런 내용을 종이에 메모하면서 문득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디지털은 전혀 모르셨던 아버지는 글쓰기를 좋아하셔서 메모도 많이 하셨고 가끔은 시 비슷한 글도 쓰셨는데, 내 생활에서 잠깐이지만 디지털을 빼버리니 아버지가 하셨던 모습을 내가 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묘했다.
24시간 후에 노량진역 1호선 역무실에서 찾은 핸드폰은 아주 무사했고 다음 날부터 나의 생활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같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고작 24시간동안 얼마나 디톡스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느낀게 많고 반성하게 되는 하루였다.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과 장점이 있겠지만, 오히려 나에게 여유로움과 집중을 빼앗가가고 있는건 아닌지 하는 반성이었다.
내가 진정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참 의미있는 24시간이었다.
그래도 다시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리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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